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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와 한강과 화해

평불협
2024-10-18
조회수 125

한국인이 그것도 힌국의 여성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충격이었다. 더구나 1948년 발생한 <제주 4.3사건>과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배경이 된 소설들이 상을 받게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작가들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우리 사회에 충격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작가나 작품에 대한 평가보다는 번역자에 대한 비중을 크게하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물론 번역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번역작가의 역할을 경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한류의 열풍을 타고 관심을 받는 언어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외국에서는 통용되지는 않는 어쩌면 소수언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어로 쓴 한강작가의 작품이 노벨문학상을 받게된 원인을 우리 한글에서 그리고 한국말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마침 이달이 한글날이 있는 10월이고 훈민정음 해례본이 출간된(서기 1446년 음력9월) 달이기 때문에 의의가 더욱 크다고 하겠다.

몇 해전 해외에 나갔다가 현지에서 한국어를 아는 외국인 가이드를 만나 동행한 적이 있었다. 한국어와 한글이 화제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가이드가 하는 말이

“한글 너무너무 쉬워요. 글자 아름다워요. 한국말 너무너무 어려워요”라고 했다.

왜 그러냐고 묻자 소리를 몇 개의 기호로만 표시하면 글이 되니 그렇게 쉬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소리와 기호가 일치하기 때문에 기호만 알면 읽고 쓰는 데는 아무 어려움도 없단 것이었다.

그 기호들이 그림 같기도 하고 글자 같기도 해서 기억하기도 아주 쉽지만 그렇게 아름답데 보인다고 했다.

한국말은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써 놓은 것을 읽기는 하겠는데 그 뜻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어렵고,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어떤 말을 써야 하는지 도무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어로 <go>하면 될 것을 한국말은 <가세요, 가라, 가거라, 가십시오 등등> 어떤 때, 어떤 말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가세요>와 <가십시오>는 다른 뜻 인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습관이 되었고 일상화 되어있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지만 외국인들은 대단히 어려워 하고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문제들이 한국말의 큰 장점으로 느껴진다.

사물과 현상을 표현할 때 그만큼 섬세하고 정밀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의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고 전달할 수 있다. 아주 사소한 차이까지도 표현할 수 있으며 입체적으로 표현 할 수 있는 말은 아마도 한국어가 으뜸이 아닐까?

이러한 한국말을 평면인 종이 위에 그려낼 수 있는 것이 한글이다.

한국의 서도가 중에 호를 소헌(素軒)으로 쓰는 정도준이 있다. 몇해전 주로 외국에서 전시회를 하던 소헌이 국내에서 서도전을 연적이 있다. 그때 그가 “서도는 추상미술”이라고 했었다. 구상에 심상을 더하면 추상이 된다. 즉 사물을 묘사할 때 형태에 초점을 두면 구상이 되고 거기에 심상(心像)을 더하면 추상이 되는 것이라. 이해했다. 한글로 사람의 마음에 율(律)을 더해서 표현하면(韻律) 시가 되고 이야기를 붙이면 소설이 되고 생각이나 느낌을 더하면 수필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분단과 이념의 대립속에서 거의 한 세기를 넘게 살아왔고 그 절반을 훨씬 넘는 기간동안 “편 가르고 죽여라 살려라 하면서 내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키워왔다.

한가아 작가는 작품마다 섬세한 표현으로 이야기를 더해서 금기시 되어왔던 것들을 담담히 플어냈다. 혹자는 이것을 트라우마라고 했다.

이제는 이 벽을 넘어 진정한 자신을 바라볼 때가 되었고, 그 속에서 뭉치고 용서하고 화해하며 화합해 왔던 아름다운 우리의 본 모습을 찾을 때도 되었다.

어둠이 짙으면 새벽이 오고, 티격태격 싸우다가 지치면 손을 잡고 멋쩍은듯 웃으면 그것이 화해이고 화합이다. 그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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